법률칼럼 · 가사

아이 유전자검사,
몰래 해도 될까요?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 가사·이혼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장면이 있습니다. 할머니가 손주를 두고 아무래도 우리 핏줄이 아닌 것 같다며, 아들과 손주 몰래 머리카락이나 칫솔을 챙겨 유전자검사를 맡기는 장면입니다.

드라마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배우자 몰래 아이의 유전자검사를 받고 그 결과지를 들고 오시는 분이 실제로 계십니다. 가족끼리 확인해 본 것인데 무슨 문제가 있겠느냐고 하시지요.

문제가 됩니다. 그것도 형사처벌이 따르는 문제입니다.

유전자검사는 아무나 맡길 수 있는 검사가 아닙니다

법에서 말하는 유전자검사란 ‘인체유래물로부터 유전정보를 얻는 행위로서 개인의 식별 또는 질병의 예방·진단·치료 등을 위하여 하는 검사’입니다(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5호). 머리카락, 손톱, 칫솔에 남은 침이 모두 인체유래물이지요.

유전정보는 개인정보 중에서도 민감정보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생명윤리법은 검사를 시작하기 전에 검사대상자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절차를 정해 두었습니다.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 제51조(유전자검사의 동의)

① 유전자검사기관이 유전자검사에 쓰일 검사대상물을 직접 채취하거나 채취를 의뢰할 때에는 검사대상물을 채취하기 전에 검사대상자로부터 다음 각 호의 사항에 대하여 서면동의를 받아야 한다. (각 호 생략)

③ 유전자검사기관 외의 자가 검사대상물을 채취하여 유전자검사기관에 유전자검사를 의뢰하는 경우에는 제1항에 따라 검사대상자로부터 서면동의를 받아 첨부하여야 하며,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풀어 보면 이렇습니다. 검사기관이 직접 채취할 때는 물론, 검사기관이 아닌 사람이 검체를 가져가 의뢰할 때에도 검사대상자의 서면동의서를 첨부해야 합니다. 그 동의서에서 성명, 생년월일 등 검사대상자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사항은 익명화해야 하고요(같은 법 시행규칙 제51조 제4항).

이 절차를 지키지 않고 검사를 의뢰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같은 법 제68조 제13호). 동의서를 지어내 첨부했다면 사문서위조죄와 위조사문서행사죄가 별도로 성립합니다. 할머니라고 해서 예외가 없습니다.

그러면 부모가 자기 아이를 검사하는 것은 어떨까요

본인 검사는 스스로 동의서를 쓰면 되니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어린 자녀는 스스로 동의할 수 없지요. 이 경우에는 대리동의 규정이 적용됩니다.

생명윤리법은 검사대상자에게 동의 능력이 없거나 불완전한 경우 법정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제51조 제4항이 제16조 제2항을 준용). 대리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의 범위는 시행규칙이 정하는데, 아동복지법상 아동, 즉 18세 미만인 사람입니다(시행규칙 제14조 제1호). 그리고 준용되는 조문에 붙은 단서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대리인의 동의는 검사대상자의 의사에 어긋나서는 아니 됩니다.

그러면 부모 중 한 사람의 동의만으로 될까요. 이 대목에는 명확한 유권해석도, 대법원 판례도 보이지 않습니다. 확실하지 않다고 먼저 말씀드리는 것이 맞겠습니다.

다만 저는 배우자 몰래 하는 검사는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봅니다. 근거는 민법입니다. 부모는 미성년 자녀의 친권자가 되고, 혼인 중에는 친권을 부모가 공동으로 행사합니다(민법 제909조 제1항·제2항). 또한 친권을 행사할 때에는 자녀의 복리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제912조 제1항). 아이의 유전정보를 아이 자신이 아니라 부부의 의심을 풀기 위해 꺼내는 것이 자녀의 복리에 맞는지는 의문입니다.

조부모 등 제3자가 의뢰할 때

가장 분명한 위법입니다. 검사대상자는 손주이므로 아버지의 동의만으로는 부족하고, 손주가 18세 미만이면 그 부모의 대리동의가 있어야 합니다.

부모 중 한 사람이 몰래 의뢰할 때

법 위반 여부에 다툼의 여지가 있는 영역입니다. 다만 그렇게 얻은 결과는 법원에 증거로 내밀기 어렵고, 뒤에 밝혀지면 오히려 혼인 파탄의 사정으로 되돌아옵니다.

태아를 대상으로 할 때

이 부분은 다툼의 여지가 없습니다. 배아나 태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검사는 근이영양증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유전질환의 진단 목적으로만 할 수 있습니다(제50조 제2항). 친자확인 목적의 태아 검사는 허용되지 않고, 위반하여 검사를 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제67조 제1항 제7호).

검사 결과가 나왔다면, 그것으로 끝일까요

상담에서 가장 많이 어긋나는 대목입니다. 결과지에 ‘친자관계가 성립하지 않음’이라고 적혀 있으면 법적인 부자관계도 함께 끊어진 것으로 아시는 분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민법 제844조(남편의 친생자의 추정) 제1항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한 자녀는 남편의 자녀로 추정한다.

이것을 친생추정이라고 합니다. 이름은 추정이지만 보통의 추정과는 힘이 다릅니다. 반증을 대는 것만으로는 번복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대법원 2019. 10. 23. 선고 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혈연관계의 유무는 친생추정을 번복할 수 있는 사유는 될지언정, 추정이 미치는 범위를 정하는 사유는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예외가 없지는 않습니다. 친생추정 규정은 부부가 정상적인 혼인생활을 하고 있는 경우를 전제로 한 것이어서, 부부의 한쪽이 장기간 해외에 나가 있었거나 사실상 이혼하여 별거하고 있는 등 동거의 결여로 아내가 남편의 자녀를 임신할 수 없는 것이 외관상 명백한 사정이 있으면 애초에 추정이 미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0. 8. 22. 선고 2000므292 판결). 이 예외는 위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 뒤에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므13293 판결).

그러나 예외의 폭은 좁습니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사정만으로는 여기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임신이 불가능했다는 점이 외관상 명백해야 합니다.

그래서 추정을 번복하려면 소송을 거쳐야 합니다. 친생부인의 소입니다. 부부의 일방이 제기할 수 있고(제846조),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내에 제기해야 합니다(제847조 제1항). 이 2년은 제척기간이므로, 도과하면 검사 결과와 무관하게 친자관계가 확정됩니다.

① 검사의 요건 — 서면동의 본인 동의 · 18세 미만은 부모 대리동의 동의 없이 채취해 의뢰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 생명윤리법 제68조 제13호 동의 구비 검사 결과 — 혈연관계 없음 그럼에도 친생추정 민법 제844조 제1항 검사 결과만으로 번복되지 않는다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대법원 2019. 10. 23. 2016므2510 전원합의체 예외 — 동거 결여로 포태 불가가 외관상 명백한 때 ② 추정의 번복 — 친생부인의 소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부터 2년 2년이 지나면 더 이상 다툴 수 없다 민법 제846조 · 제847조 제1항 승소판결 확정 판결 확정으로 친자관계 소멸
검사의 적법요건과 친자관계의 번복요건은 별개다 — 서면동의를 갖춰 적법하게 검사했더라도(생명윤리법 제51조), 친생추정은 친생부인의 소로만 번복된다(민법 제846조·제847조). 동거의 결여가 외관상 명백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대법원 2021. 9. 9. 선고 2021므13293 판결).

예외가 하나 있습니다.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부터 300일 이내에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어머니 또는 어머니의 전 남편이 소송 대신 가정법원에 친생부인의 허가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민법 제854조의2). 다만 이미 혼인 중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된 경우에는 이 길을 쓸 수 없습니다.

정리하면

의심이 들 때 확인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다만 확인에도 절차가 있고, 그 절차를 건너뛰면 결과지를 손에 쥐고도 쓸 데가 없습니다. 게다가 친자관계를 번복하는 일은 검사와 별개의 절차이고, 거기에는 2년이라는 기한이 붙어 있습니다. 순서를 먼저 정하고 움직이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자주 묻는 질문

배우자 몰래 아이 유전자검사를 하면 정말 처벌받나요?

처벌 조항이 있습니다. 검사대상자의 서면동의 없이 검체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다만 18세 미만 자녀의 대리동의를 부모 한 사람이 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유권해석이 없어, 실제 처벌 여부는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동의서를 위조한 경우라면 사문서위조죄가 별도로 문제 됩니다.

유전자검사에서 친자가 아니라고 나왔는데, 양육비를 계속 줘야 하나요?

친생부인의 소에서 승소한 판결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법률상 친자관계가 그대로 유지되므로 부양의무도 남습니다. 검사 결과만 믿고 지급을 중단하면 별도의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확인이 되었다면 2년의 제척기간을 염두에 두고 소송을 준비하셔야 합니다.

아이가 몇 살이면 본인 동의만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나요?

생명윤리법 시행규칙은 대리인의 서면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아동복지법상 아동, 즉 18세 미만인 사람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18세 이상이면 본인의 서면동의로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검사기관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다를 수 있으므로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좋습니다.

친자관계를 정리해야 하신다면

친생부인의 소에는 안 날부터 2년의 제척기간이 있습니다.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가 먼저 확정되어야 합니다.

법무법인 양지가 검사 경위와 인지 시점을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043-254-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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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가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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