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 행정
행정소송,
행정심판을 꼭 먼저 거쳐야 하나요?
처분 통지서 아래에는 불복 방법이 적혀 있습니다. 행정심판과 행정소송이 나란히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을 보고 순서가 있는 줄 알고 행정심판부터 내신 뒤, 재결이 나오기까지 몇 달을 기다리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러다 기간이 다 갔다고 생각하시고요.
행정심판은 법원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스스로 그 처분을 다시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먼저 거쳐야 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원칙은 거치지 않아도 됩니다. 심판과 소송 가운데 무엇을 제기할 지는 처분을 받은 분이 결정하면 됩니다.
행정소송법 제18조(행정심판과의 관계)
① 취소소송은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을 제기할 수 있는 경우에도 이를 거치지 아니하고 제기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당해 처분에 대한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본문이 원칙이고 단서가 예외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상담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늘 그 단서입니다. 다른 법률이 정한 경우에는 심판을 거치지 않고 낸 소송이 각하됩니다. 어떤 처분이 여기에 해당하는지를 알아두실 필요가 있습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실무에서 자주 만나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운전면허 취소·정지가 첫째입니다. 도로교통법 제142조는 이 법에 따른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행정심판의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어 곧바로 소송을 준비하시는 분이 많은데, 이 법 때문에 중앙행정심판위원회의 재결을 먼저 받아야 합니다.
조세 부과처분이 둘째입니다.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은 위법한 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은 이 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에 대한 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이름이 행정심판이 아니라 심사청구·심판청구이지만, 특별한 행정심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공무원에 대한 불리한 처분이 셋째입니다.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제1항은 징계처분, 그 밖에 본인의 의사에 반한 불리한 처분이나 부작위에 관한 행정소송은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세 가지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처분의 수가 대단히 많고, 판단 기준이 기술적이거나 전문적이이서 담당 기관이 스스로 걸러 내는 편이 빠른 영역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법률이 그 절차를 소송 앞에 세워 둔 것이지요. 반대로 말하면, 이 세 가지에 들지 않는 대부분의 처분은 심판을 건너뛰고 곧바로 소송을 낼 수 있습니다. 영업정지, 과징금, 각종 인허가 반려처럼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처분들이 여기에 속합니다.
다만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거칠 이유가 없다는 것은 다릅니다. 행정심판은 위법한 경우뿐만 아니라 부당한 경우에도 제기할 수 있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결론이 소송보다 빨리 나오며, 승소한 경우 상대방인 행정청이 불복할 수 없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거쳐야 하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그다음에 거칠 것인지를 정하시면 됩니다.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경우에도 길이 막혀 있지는 않습니다. 행정소송법 제18조 제2항은 심판청구가 있은 날부터 60일이 지나도 재결이 없는 때, 중대한 손해를 예방하여야 할 긴급한 필요가 있는 때 등에는 재결을 거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 같은 조 제3항은 처분을 행한 행정청이 심판을 거칠 필요가 없다고 잘못 알린 때 등에는 심판을 제기하지 않고 바로 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그 사유는 소명하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4항).
정리하면
- 원칙은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고 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행정소송법 제18조 제1항 본문).
- 다른 법률이 재결을 거치지 아니하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고 정한 경우에만 반드시 거쳐야 합니다(같은 항 단서).
- 운전면허 취소·정지는 도로교통법 제142조에 따라 재결을 거쳐야 합니다.
- 조세 부과처분은 국세기본법 제56조 제2항에 따라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와 그 결정을 거쳐야 합니다.
- 공무원의 징계 등 불리한 처분은 국가공무원법 제16조 제1항에 따라 소청심사위원회의 심사·결정을 거쳐야 합니다.
처분 통지서에 심판과 소송이 나란히 적혀 있다고 해서 순서가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그 처분의 근거 법률에 전치 규정이 있으면 통지서에 적혀 있지 않아도 거쳐야 합니다. 통지서가 아니라 근거 법률부터 확인하시는 것이 순서입니다.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자주 묻는 질문
거쳐야 하는 처분인데 모르고 소송부터 냈습니다.
전치 요건은 소송요건이므로 갖추지 못하면 각하됩니다. 다만 사실심 변론종결 전에 재결을 받으면 그 흠이 치유된다고 보는 것이 실무의 태도입니다. 그러므로 소를 취하하실 것이 아니라, 곧바로 심판을 청구하여 재결을 받는 쪽을 먼저 검토하셔야 합니다. 심판의 청구기간이 지나지 않았는지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면허취소는 심판을 거쳐야 한다는데, 그동안 운전을 못 하나요?
전치와 집행정지는 다른 문제입니다. 행정심판법 제30조가 심판 단계에서도 집행정지를 정하고 있고, 소송 단계에서는 행정소송법 제23조가 있습니다. 다만 어느 쪽이든 요건에 대한 소명이 필요하므로, 재결을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신청할 것인지부터 정하셔야 합니다.
조세 사건에서 감사원에 심사청구를 했습니다. 이것도 전치가 되나요?
됩니다. 국세기본법 제55조 제1항 제2호는 감사원법에 따라 심사청구를 한 처분을 이 장의 불복 대상에서 제외하고, 제56조 제5항은 그 심사청구를 거친 경우에는 이 법에 따른 심사청구 또는 심판청구를 거친 것으로 보아 제2항을 준용한다고 정합니다.
처분 통지서를 받으셨다면
근거 법률에 전치 규정이 있는지, 지금 무엇부터 내야 하는지가 먼저입니다.
법무법인 양지가 통지서와 근거 법률부터 함께 확인해 드립니다.
043-254-0088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가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