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 형사
가족 사이의 돈 문제,
처벌받지 않나요?
명절에 형제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꼭 한 번은 나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버지 통장에서 누가 얼마를 빼 썼다더라, 어머니 앞으로 되어 있던 시골 땅을 큰형이 언제 팔았다더라 하는 이야기입니다.
목소리가 높아지다가 누군가 그럴 거면 고소를 하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옆에서 다른 사람이 손을 젓지요. 가족끼리는 그런 걸로 처벌 안 된다더라, 하고요.
상담실에서도 자주 듣는 말입니다. 집안일은 경찰에 가 봐야 소용없다는 말이지요. 예전에는 반쯤 맞는 말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친족상도례라는 말부터 풀어 보겠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사이에 벌어진 재산범죄를 따로 취급하는 규정을 친족상도례라고 부릅니다. 친족 사이의 도둑질에 관한 규례라는 뜻입니다. 이름은 낯설어도 발상은 단순합니다. 집안에서 벌어진 돈 문제는 국가가 형벌로 끼어들기보다 집안에서 정리하도록 두자는 것이지요.
여기서 말하는 친족의 범위는 민법이 정한 바에 따릅니다. 배우자와 혈족, 그리고 인척이 여기에 들어가고, 촌수에 따라 그 한계가 정해져 있습니다.
적용되는 범죄도 정해져 있습니다. 절도, 사기, 공갈, 횡령, 배임, 장물에 관한 죄입니다. 형법은 이들 각 범죄마다 제328조를 준용한다는 조문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제344조, 제354조, 제361조, 제365조). 반대로 강도죄와 손괴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아버지 통장에서 돈을 꺼내 쓴 아들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요. 처벌을 받을까요, 받지 않을까요.
몇 해 전까지는 조문에 이렇게 적혀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때는 형이 면제되었습니다. 법관이 다른 사정을 살필 여지도 없었습니다.
구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제1항
직계혈족, 배우자, 동거친족, 동거가족 또는 그 배우자 간의 제323조의 죄는 그 형을 면제한다.
형을 면제한다는 말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죄는 성립하되 그에 대한 형벌을 과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뒤에서 볼 대법원 판결도 이 조항을 형벌조각사유, 곧 처벌되지 않는 사유를 정한 규정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면제되는 범위는 좁지 않았습니다. 직계혈족과 배우자는 함께 사는지를 따지지 않았고, 동거하는 친족과 동거하는 가족, 그리고 그들의 배우자까지 들어갔습니다. 이 범위에 들어가기만 하면 사안이 무겁든 가볍든 형면제 판결이 선고되었습니다.
그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형이 면제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구 제328조 제2항). 이른바 친고죄입니다. 그리고 절도죄에는 형법 제344조가, 사기죄와 공갈죄에는 제354조가, 횡령죄와 배임죄에는 제361조가, 장물죄에는 제365조가 각각 제328조를 준용했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 조항은 이미 효력을 잃었습니다.
2024년 6월 27일,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328조 제1항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결정했습니다(헌법재판소 2024. 6. 27. 선고 2020헌마468, 2020헌바341, 2021헌바420, 2024헌마146 병합 결정). 2025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적용을 중지하라는 주문이 함께 붙었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라는 제도 자체를 부정한 것은 아닙니다. 그 필요성은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 삼은 것은 방식이었습니다.
첫째, 형을 면제받는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었습니다. 둘째, 준용되는 재산범죄 가운데에는 불법성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었습니다. 셋째, 미성년자나 질병·장애 등으로 가족·친족 사회 안에서 취약한 지위에 있는 구성원에 대한 경제적 착취를 용인할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법관이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할 수 없게 하고 획일적으로 형면제 판결을 선고하도록 한 것은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헌법 제27조 제5항)을 침해한다는 것이 결정의 요지입니다.
결정의 계기가 된 사건 가운데 하나
지적장애 3급의 청구인이 삼촌과 숙모를 준사기와 횡령으로 고소했습니다. 그런데 검사는 이들이 동거친족이어서 형면제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공소권없음 처분을 했습니다. 청구인은 이에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면 국회가 법을 고칠 때까지는 어떻게 되는가 하는 문제가 남습니다. 여기에 대법원이 답했습니다(대법원 2025. 3. 13. 선고 2024도19846 판결).
이 조항은 형벌조각사유를 정한 것이어서, 위헌결정의 소급효를 인정하면 오히려 그 조항으로 형을 면제받았던 사람들에게 형사상 불이익이 미치게 됩니다. 그래서 헌법재판소법 제47조 제3항의 소급효는 인정되지 않고, 같은 조 제2항에 따라 헌법불합치결정이 있는 날인 2024년 6월 27일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보았습니다.
개정 시한을 기다릴 것 없이 그날부터 형면제 규정은 효력이 없다는 뜻이지요.
지금 조문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형법 제328조(친족 사이의 범행과 고소)
① 제323조의 죄를 지은 사람이 피해자의 친족인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이 경우 「형사소송법」 제224조 및 「군사법원법」 제266조에도 불구하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고소할 수 있다.
② 삭제
③ 피해자의 친족이 아닌 공범에 대해서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형법 제344조(친족간의 범행)
제328조의 규정은 제329조 내지 제332조의 죄 또는 미수범에 준용한다.
형을 면제한다는 문장은 조문에서 사라졌습니다. 남은 것은 고소에 관한 규정뿐입니다. 그러니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는 이제 고소가 있으면 처벌됩니다.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과 그 배우자 사이에서는 형이 면제되었습니다. 그 밖의 친족 사이에서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었습니다.
형면제 규정은 효력을 상실했고, 옛 제2항은 삭제되었습니다. 피해자의 친족이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습니다.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형을 면하지는 않습니다.
친고죄라는 틀은 남았습니다. 고소가 없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친족이 아닌 공범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고, 강도죄와 손괴죄에는 애초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다는 점이 조문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정리하면
- 친족상도례는 절도·사기·공갈·횡령·배임·장물의 죄에 준용되고, 강도죄와 손괴죄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 옛 규정에서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동거가족과 그 배우자 사이의 재산범죄에 대해 형이 면제되었습니다.
- 헌법재판소는 2024. 6. 27. 이 형면제 규정이 형사피해자의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했습니다.
- 대법원은 이 조항이 형벌조각사유임을 이유로 소급효를 인정하지 않고, 2024. 6. 27.부터 효력을 상실한다고 판단했습니다.
- 지금은 피해자의 친족이면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고,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도 고소할 수 있습니다.
가족끼리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 정확하지 않습니다. 가족끼리는 고소가 있어야 처벌된다고 해야 맞습니다. 고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그대로 남아 있을 뿐, 고소를 하면 절차는 진행됩니다. 판단이 어려운 부모의 재산을 자식이나 형제가 관리하다가 벌어지는 일들이 특히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가 걱정한 것이 바로 그 대목이었지요. 가족을 상대로 형사절차를 밟는 일이 가벼운 결정일 수는 없습니다. 다만 결정을 하기 전에 지금 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는 알고 계셔야 합니다.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자주 묻는 질문
형이 면제된다는 것은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나요?
아닙니다. 범죄의 성립 자체를 없애는 규정이 아니라 형벌을 과하지 않도록 한 규정이었습니다. 대법원도 이 조항을 형벌조각사유, 곧 처벌되지 않는 사유를 정한 것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래서 위헌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시점을 따질 때에도 일반적인 형벌조항과 달리 보게 된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친족상도례라는 제도 자체를 잘못이라고 본 것인가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친족 사이의 재산범죄를 특별히 취급할 필요성 자체는 수긍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문제로 본 것은 적용 대상 친족의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불법성이 경미하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까지 포함되며, 법관이 아무런 사정도 고려하지 못한 채 일률적으로 형을 면제해야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친족상도례가 준용되는 범죄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형법은 절도죄에 제344조, 사기죄와 공갈죄에 제354조, 횡령죄와 배임죄에 제361조, 장물죄에 제365조를 두어 제328조를 각각 준용하고 있습니다. 재산범죄라도 강도죄와 손괴죄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족 사이의 재산 문제로 고민하고 계시다면
형이 면제되던 시절과 지금은 판단의 출발점이 다릅니다. 언제 있었던 일인지, 어느 범위의 친족인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집니다.
법무법인 양지가 사실관계와 시점을 함께 검토해 드립니다.
043-254-0088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가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