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 행정

눈길에 미끄러졌는데,
지자체 책임인가요?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 행정·국가배상

겨울 아침, 응달진 굽은 구간에 얼음이 깔려 있습니다. 속도를 줄이려고 제동을 거는 순간 차가 돌아 도로를 벗어납니다. 사고 뒤에 그 자리를 다시 보면 제설이 되어 있지 않았고 경고표지판도 없었습니다. 도로를 관리하는 지방자치단체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문의가 겨울마다 들어옵니다.

도로 관리 책임의 근거는 국가배상법 제5조입니다. 위 법에서는 도로를 영조물(營造物)이라 부르고, 그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을 때 배상하도록 정합니다. 하자라는 말이 낯설지만 뜻은 간단합니다. 있어야 할 안전성이 없는 상태를 말합니다.

도로에 얼음이 깔려 있었으면 하자가 있었던 것 아닌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립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로에 얼음이 덮여 있었다, 제설을 하지 않았다, 경고표지판이 없었다 — 이 세 가지가 모두 인정되어도 대법원은 하자를 단정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정만으로 지자체의 책임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한 판결이 있습니다(대법원 2000. 4. 25. 선고 99다54998 판결, 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2다270309 판결).

국가배상법 제5조(공공시설 등의 하자로 인한 책임)

① 도로·하천, 그 밖의 공공의 영조물(營造物)의 설치나 관리에 하자(瑕疵)가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발생하게 하였을 때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이 경우 제2조 제1항 단서, 제3조 및 제3조의2를 준용한다.

법에는 하자가 무엇인지 적혀 있지 않지만, 판례는 하자를 공공의 목적에 공여된 영조물이 그 용도에 따라 통상 갖추어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한 상태라고 봅니다.

여기서 요구되는 안전성의 수준이 중요합니다. 판례는 완전무결한 상태를 유지할 정도의 고도의 안전성까지 갖출 것을 요구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이용하는 자의 상식적이고 질서 있는 이용 방법을 기대한 상대적인 안전성이면 된다고 봅니다. 그 기준이 되는 것이 위험성에 비례하여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방호조치의무이고, 관리자의 재정적·인적·물적 제약도 함께 고려됩니다.

법원이 실제로 따져 보는 것

대법원이 원심에 다시 심리하라고 든 항목은 다섯 가지입니다. 얼음의 존재가 아니라, 그 구간이 관리자가 먼저 손을 댔어야 할 곳이었는지를 향합니다.

① 이 사정만으로는 하자가 아니다 얼음이 덮여 있었다 제설작업을 하지 않았다 경고나 위험표지판이 없었다 ② 법원이 개별적·구체적으로 심리하는 것 언제 어느 정도의 눈이 내렸고, 결빙의 정도는 어떠하였는지 위험이 높은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제설작업을 하여 왔는지 그 능력에 비추어 사고 전에 빙판을 제거할 수 있었는데도 방치하였는지 다른 차량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통행하였는지 사고 당시 운전자의 운전행위 태양과 과실은 무엇인지 이 다섯 가지를 심리한 뒤에 비로소 하자 유무가 정해진다
빙판 사고에서 하자는 이 순서로 정해집니다. 대법원 2022다270309 판결, 99다54998 판결.

다투게 된다면 초점은 얼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그 시점에 관리자가 그 구간에 손을 댈 여력이 있었는지, 그런데도 두었는지입니다. 반대로 관리자 쪽에서는 위험이 높은 구간부터 순차적으로 작업해 왔다는 점을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방어의 핵심이 됩니다.

정리하면

겨울 사고에서 승패를 가르는 자료는 사고 직후 며칠 안에 사라집니다. 그날 그 자리의 결빙 범위, 눈이 내린 시기와 양, 관할 관청의 제설 기록이 그것입니다. 사진과 기상 자료부터 남겨 두시기 바랍니다.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자주 묻는 질문

위험한 구간인데 경고표지판조차 없었습니다. 그것만으로는 안 되나요?

대법원은 겨울철에 눈이 내린 직후 산간 지역 도로를 통행하는 운전자라면 지형에 따라 노면이 결빙되어 미끄러운 곳이 있으리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하거나 인식할 수 있으므로, 관리자가 그러한 도로상황에 대한 경고나 위험표지판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하여 관리에 하자가 있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99다54998). 표지판의 부재는 다른 사정과 함께 판단될 뿐, 그 자체로 결론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눈이 아니라 도로가 파여 있어서 난 사고도 같은 기준인가요?

앞의 한계는 강설로 생긴 위험에 관한 것입니다. 포트홀처럼 도로 자체의 물적 결함이 문제인 경우에는 그 한계가 아니라 일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즉 도로의 위치 등 장소적인 조건, 도로의 구조, 교통량, 사고 시의 교통 사정 등 이용 상황과 본래의 이용 목적, 그리고 물적 결함의 위치와 형상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구체적으로 판단합니다.

보험사가 먼저 보험금을 지급한 경우에는 누가 청구하나요?

위 2022다270309 사건이 그 형태입니다. 보험회사가 피해자 측에 보험금을 지급한 뒤 도로 관리자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했습니다. 이 경우 심리 대상이 되는 운전행위의 과실은 상해를 입은 동승자가 아니라 사고 차량을 운전한 사람의 것입니다. 두 사람이 다르므로 서류를 준비하실 때 혼동하지 않으셔야 합니다.

겨울 도로 사고를 겪으셨다면

결빙 범위와 제설 기록은 시간이 지나면 확인하기 어려워집니다.

법무법인 양지가 그날 그 자리의 상태부터 함께 확인해 드립니다.

043-254-0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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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가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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