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사례 · 형사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강제추행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사례

형사 · 강제추행 항소심 수임 무죄 확정 판결요지 공시

의뢰인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기들과 밤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자기 집에서 함께 잠을 잤는데, 그날 같은 침대에 누웠던 동기로부터 강제추행으로 고소당했습니다. 약식명령으로 벌금 700만 원이 나왔고, 의뢰인은 하지 않은 일이라며 정식재판을 청구했습니다. 그런데 1심은 벌금을 1,000만 원으로 올리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과 3년의 취업제한까지 함께 선고했습니다. 저희 사무실을 찾아온 사람은 의뢰인이 아니라 그 아버지였습니다. 아들이 아니라고 하는데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새로 찾은 증거가 아니라, 이미 낸 증거 안에 있었습니다

항소심은 사실관계를 처음부터 새로 판단하는 자리가 아닙니다. 1심에서 이미 신빙성이 인정된 진술을 뒤에서 다투는 일은 대개 어렵습니다. 저희가 한 것은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는 일이었습니다.

다시 읽자 눈에 들어온 것은 침대의 규격이었습니다. 너비 108cm. 성인 두 사람이 눕기에도 좁은 폭인데, 그 위에 세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있었습니다. 이 숫자는 저희가 새로 찾아낸 것이 아닙니다. 1심에서 이미 제출되어 기록 안에 들어 있던 것입니다. 다만 1심은 그것을 판단의 무게로 삼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그 숫자를 항소이유의 축으로 세웠습니다. 조금만 몸을 뒤척여도 서로 닿을 수밖에 없는 폭입니다. 술을 마신 상태로 그 자리에 누워 있었다면, 닿은 것과 만진 것을 구분하는 일은 당사자에게도 쉽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누워 있던 다른 동기가 아무 움직임도 느끼지 못했다고 진술한 대목, 그리고 진술이 오간 시간의 순서를 그 폭 안에 놓고 다시 세웠습니다.

피해자를 다시 부르지 않기로 했습니다

항소심에서 피해자를 증인으로 다시 신청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법정에 다시 세우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클 때가 많습니다. 진술이 흔들리지 않으면 그 자체가 신빙성을 굳히는 근거가 되고, 신문의 방식이 문제되면 사건의 성격 자체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사람을 다시 부르는 대신, 1심 판결이 그 진술을 받아들인 논리 자체를 짚었습니다. 다투어야 할 상대는 피해자가 아니라 1심의 판단이라고 보았습니다.

무죄 판결 뒤 검사가 상고했습니다. 상고이유의 핵심은, 성폭력 피해자가 처한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원심이 어긋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답변서에서 원심이 판단한 내용 자체를 짚었습니다. 원심은 피해자가 피해자다운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무죄의 이유로 삼지 않았습니다. 좁은 침대에 셋이 누워 있었다는 물리적 조건과, 그 조건에서 접촉을 다르게 인식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피해자의 사정을 충분히 헤아려야 한다는 법리와,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을 넘어 유죄를 확신할 수 없다는 판단은 서로 부딪히지 않습니다.

형사재판에서 유죄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할 수 있는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이러한 정도의 심증을 형성하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피고인에게 유죄의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무죄 판결의 요지를 공시하도록 하는 주문도 함께 냈습니다. 검사의 상고는 2022년 대법원에서 기각되어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의뢰인에게 남은 것

벌금과 이수명령, 3년의 취업제한이 모두 사라졌습니다. 아직 사회에 나가기 전이던 의뢰인에게는 그 취업제한이 벌금보다 무거운 것이었습니다. 1심에서 유죄가 나왔다는 사실이 곧 끝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항소심에서 다툴 수 있는 것은 억울하다는 호소가 아니라, 1심이 무게를 두지 않고 지나간 사실입니다. 그 사실은 새로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대개 기록 안에 이미 들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그랬습니다.

항소심 판결문 첫 면. 주문 —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피고인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공시한다.

실제 항소심 판결문의 첫 면입니다. 법원과 당사자, 사건번호와 날짜는 검게 가렸습니다.

자주 받는 질문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는데 항소심에서 무죄가 나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1심과 같은 주장을 되풀이하는 것으로는 어렵습니다. 1심이 판단의 근거로 삼지 않았던 사정, 특히 진술이 놓여 있던 객관적·물리적 조건을 기록에서 찾아 다시 세우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항소이유서 제출기간이 정해져 있으므로 판결을 받은 직후에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해자 진술 외에 다른 증거가 없는데도 유죄가 될 수 있나요?

진술만으로 유죄가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며 무고할 동기가 보이지 않으면 그 자체로 증명력이 인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진술이 놓인 상황에 비추어 다르게 설명될 여지가 남는다면, 법원은 합리적 의심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무엇을 다툴 것인지는 사건마다 다릅니다.

약식명령에 정식재판을 청구하면 형이 더 무거워질 수 있나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는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종류의 형을 선고하지 못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벌금이 징역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뜻입니다. 다만 같은 벌금 안에서 액수가 올라가는 것은 금지되지 않고, 이때 법원은 판결서에 양형의 이유를 적어야 합니다. 정식재판 청구 여부는 이 점을 알고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 않은 일로 형사재판을 받고 계신다면

1심 판결문과 수사기록을 들고 오십시오. 무엇을 새로 다툴 수 있는지, 그것이 기록 안에 남아 있는지 먼저 짚어 드리겠습니다.

법무법인 양지 ·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로62번길 30, 4층(성안빌딩) · 043-254-0088

위 사례는 실제 진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되 당사자와 사건의 세부 사항은 특정되지 않도록 표시했습니다. 개별 사건의 결과는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지며, 동일한 결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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