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칼럼 · 민사

도장, 서명, 지장 —
무엇으로 해야 안전할까요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 민사·부동산

계약을 체결할 때는 물론이고 확인서나 영수증을 쓸 때도 흔히 자신의 도장을 찍습니다. 내가 이 문서를 만든 당사자이고 적힌 내용에 책임을 지겠다는 증표로 쓰는 것이지요.

예전에는 지장을 찍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지장의 법률용어는 무인(拇印)입니다). 요즘은 도장이나 무인 대신 서명을 하는 쪽이 늘었습니다. 서명은 자신의 이름이나 아호처럼 자신을 나타내는 명칭을 직접 손으로 쓰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서명을 하는 것과 도장을 찍는 것, 지장을 찍는 것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는 걸까요.

법률상 효력은 다르지 않습니다

거칠게 말하면 차이가 없습니다. 문서에 적힌 내용을 증명하는 용도라면, 본인의 의사로 서명을 하나 도장을 찍으나 지장을 찍으나 법률상 효력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그 근거는 민사소송법입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사문서의 진정의 추정)

사문서는 본인 또는 대리인의 서명이나 날인 또는 무인(拇印)이 있는 때에는 진정한 것으로 추정한다.

문서가 진정하다는 것은 그 문서가 작성명의인의 의사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뜻입니다. 이 조문은 본인이나 대리인의 서명·날인·무인이 있으면 문서 전체가 그 사람의 의사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추정하겠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서명이든 날인이든 무인이든, 문서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은 다 똑같습니다.

그런데 왜 서명에 날인까지, 거기에 인감증명서까지 요구할까요

하나만 해도 되는데 왜 둘 다 하는 관행이 생긴 걸까요. 인감증명서를 첨부하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왜 그런 걸까요.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증명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제358조의 추정은 ‘본인의 의사에 의한’ 서명·날인·무인을 전제로 합니다. 그래서 문서에 서명이나 도장이 있더라도, 그것이 본인의 의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면 추정은 유지되지 않습니다. 결국 실제 재판에서 갈리는 지점은 ‘그 표시를 정말 본인이 했느냐’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세 가지 방식의 사정이 꽤 다릅니다.

서명

명의인이 내가 쓴 것이 아니라고 다투면 필적감정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이름 석 자만 적혀 있는 경우 감정이 쉽지 않습니다. 필적감정은 대조할 글씨가 많을수록 정확해지는데, 석 자만으로는 누구의 필적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무인

계약서에 지장을 정밀하게 찍는 사람은 없습니다. 대개 뭉개져서 나중에 그 사람의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날인

그런 면에서 도장이 낫습니다. 판례는, 문서에 찍힌 인영(도장이 찍힌 모양)이 명의인의 인장에 의하여 찍힌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날인행위가 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하고, 그렇게 인영의 진정성립이 추정되면 민사소송법 제358조에 의하여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고 봅니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실무에서 ‘2단의 추정’이라고 부르는 구조입니다. 인영만 같으면 문서 전체가 진정한 것으로 추정되니, 다투는 쪽이 훨씬 무거운 짐을 지게 됩니다.

문서에 찍힌 인영이 명의인의 인장에서 나왔다 1단 사실상의 추정 날인행위가 명의인의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 2단 민사소송법 제358조 문서 전체의 진정성립이 추정된다 반증 도장을 맡겨 두었다 보관 장소에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있었다 … 1단이 깨지면 2단도 서지 않는다
2단의 추정 — 인영에서 문서 전체로 두 번 건너뛴다. 다만 1단은 사실상의 추정이라 반증으로 깨진다(대법원 2003. 2. 11. 선고 2002다59122 판결).

인감증명서는 여기에 한 단계를 더 얹습니다. 문서에 찍힌 인영이 미리 관공서에 신고해 둔 본인의 도장과 같다는 것을 바로 확인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적으로 중요한 문서일수록 날인을 하고 인감증명서를 붙입니다. 거기다가 서명까지 해 두면 나중에 입증하기가 한결 낫지요. 실제로 판결서는 법이 판결한 법관의 서명날인을 요구하고 있습니다(민사소송법 제208조 제1항).

다만, 도장이 만능은 아닙니다

한 가지는 짚어 두어야 합니다. 인영이 같다고 해서 거기서 결론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인영이 같으면 날인행위가 본인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 추정은 법률상 추정이 아니라 사실상의 추정입니다. 그래서 다투는 쪽이 반증을 들어 ‘본인 의사로 찍은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사정을 법원에 납득시키면 그 추정은 깨집니다(위 2002다59122 판결).

도장을 상대방이나 제3자에게 맡겨 둔 사이였다거나, 도장이 보관되던 장소에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정이 대표적입니다. 바꿔 말하면 도장은 ‘이기는 카드’가 아니라 ‘유리한 출발선’입니다. 인감도장을 함부로 맡기지 않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요즘의 서명 — 전자서명과 본인서명사실확인서

두 가지를 덧붙입니다.

전자서명은 전자적 형태라는 이유만으로 서명·서명날인 또는 기명날인으로서의 효력이 부인되지 않습니다. 법령이나 당사자 간 약정에 따라 서명 등의 방식으로 전자서명을 선택했다면, 그 전자서명은 서명 등으로서의 효력을 가집니다(전자서명법 제3조).

인감증명을 갈음하여 쓸 수 있는 본인서명사실확인서 제도도 있습니다(「본인서명사실 확인 등에 관한 법률」). 도장을 만들어 신고할 필요 없이 주민센터에서 본인이 직접 서명하고 확인서를 발급받는 방식입니다.

정리하면

문서를 어떻게 만들어 두었는지가 몇 년 뒤 소송의 승패를 가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지금 쓰는 확인서 한 장이 그렇습니다.

법무법인 양지 대표변호사 강수호

자주 묻는 질문

계약서에 도장 대신 사인만 해도 효력이 있나요?

있습니다. 민사소송법 제358조는 서명·날인·무인을 나란히 규정하고 있어 법률상 효력에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나중에 다툼이 생겼을 때 본인이 한 서명임을 증명하기가 도장보다 까다로울 수 있습니다.

계약서에 지장을 찍었는데 상대방이 자기가 찍은 게 아니라고 합니다.

무인도 제358조의 적용을 받지만, 실제로는 지장이 뭉개져 동일인의 것인지 확인이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계약 당시의 정황, 문자·계좌이체 내역, 입회인 등 다른 증거를 함께 모아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 인감도장이 찍힌 문서가 나왔습니다. 무조건 제가 책임져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인영이 본인 인장에 의한 것이면 날인행위가 본인 의사에 기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는 사실상의 추정이어서 반증으로 깨질 수 있습니다. 도장을 누가 보관했는지, 어떤 경위로 맡겼는지가 실제로 다투어지는 지점입니다.

문서 한 장이 걱정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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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법률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문제가 있으시면 변호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인용한 법령과 판례는 작성일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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